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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9   올림픽을 보고 (5)

올림픽을 보고

어제 처음으로 올림픽 중계를 봤다.

이것저것 많이 봤지만, 뻔한건 빼고 인상적인 부분 위주로.

1. 남자 투포환 결승. 미국의 넬슨 선수인가가 만년 2위. 1차시기에 엄청나게 잘 던졌는데 그 뒤로 5차시기인가까지 줄줄이 파울. 한데 다른 선수가 5차시기에서 동일한 기록을 내 버렸다. 이렇게 되면 두번째로 잘 던진 기록을 비교하게 되는데, 이 선수는 1차시기 말고는 몽땅 파울을 해버렸으니. -_-; 마지막 6차시기에서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던지는데..... 오호 통재라. 회전할때 한쪽 발이 발가락 하나 정도만큼 원을 나가버린 것이었다.(사실 중계 볼때는 '응? 나간건가?' 싶을 정도로 조금이었다) 투포환은 머얼리 잘 날아갔다만, 파울 깃발이 올라오고.

다음 순간, 그 선수가 그야말로 '포효'를 하면서 No! No~!를 외치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선을 가리키며, 그럴 턱이 없다는 표정으로...... 사실 금밟은걸 본인은 몰랐을거고, 그렇게 잘 던진 것이 무산되어 다시 은메달 신세라니, 비참하기도 했겠지. 결국 심판이 설명해주니 털썩, 무릎을 꿇고 마는데..... 190에 130kg이 넘는 거구가 어린애처럼 팔짝팔짝 뛰며 애처롭게 No~! 라고 외치는걸 보니 참 안되긴 했었다.


2. 남자역도, 한국 선수가 은메달을 딴 그 종목인데, 인상적인게 우리나라 선수와 동메달을 딴 프랑스 선수의 쇼맨십, 그와 대비되는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의 굳은 표정이었다. 프랑스 선수는 항상 웃는 표정에 실패하고 물러날때도 관중석을 향해 키스를 날리고, 그야말로 축제를 즐긴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도 마찬가지, 실패했을때도, 들고 있을때도, 시상대에 올라서도 항상 싱글벙글거리는 표정. 관중석의 호응도 굉장했다.

여기에 비해서 중국 선수는 꼭 옛날 우리나라 선수들처럼, 굳은 표정으로 무슨 사생결단을 내자는 분위기를 팍팍 풍겼다. 결국 그러다 용상 마지막 시도에서 실패하며 허리 부상. 부축을 받아 다리를 질질 끌며 나가더니 그대로 대기실 문 옆에서 의사부르고 난리였다. 금메달 시상대에 올라가기는 했을지 궁금할 정도로. 이 선수와 다른 두 선수의 너무나도 대조적인 분위기가 참......


3. 종합마술(승마)
재밋었다. 마이너 종목을 TV에서 볼 수 있다는게 매력 아닐까. 특히 이틀째 경기인 고정 장애물 경기는 그야말로 호쾌 그 자체. 기복이 심한 지형을 이용해 뛰고 넘고, 물을 건너며 달리는 그 시원함이 좋았다. 속도 경기다 보니 스피드감도 좋고. 말들이 힘껏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4. 남자 체조 개인 종합전.
예전에 '플라이 하이'라는 만화를 보며 체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실제 중계를 보니 정말 흥미로운 종목이었다. 비록 만화처럼 드라마틱한 연기는 보기 어려웠지만, 기술들이 동영상으로 실현되는걸 보니 참 신기하달까. 저게 인간인가 싶은 아크로바틱한 기술들이 많았다.

다만 만화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건 금메달을 딴 미국 선수. 뜀틀에서 멋지게 착지에 실패해서 완전히 나가리가 나는가 했는데, 막판 초인적인 철봉 연기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정말 다른 선수들은 공중 연기를 하나 정도만 하는데, 이 선수는 올라가자마자 바로 한손으로 돌기부터 시작해서 3연속 드가체프까지, 그야말로 '만화같은' 초기술의 연속이었다. 모 아니면 도랄까. 아직 실전에서는 해 본적도 없는 연기를 시도했다니. 말 그대로 결사적인 시도였던 셈이다.

정말 만화로 그대로 옮겨도 될 정도로 극적인 상황에서, 극적인 연기를 통해 극적인 역전을 이뤄낸 셈.

5. 기타
남자하키 영국과의 경기에서 거시기에 공을 맞고 쓰러진 영국 골키퍼.(야구공 3배 무게의 가죽공에 속도가 140km에 달한다던데?) 쓰러져서 꼼짝도 못하다가 부들부들 떠는데...... -_-;; 나중에도 안색이 안좋더구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도 좋지만, 역시 올림픽의 즐거움은 마이너 종목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드라마틱한 승부, 그리고 축제 분위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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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친구

끝모르는 잡스러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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