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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영화관 개관 시사회(라기 보다는 베타 테스팅)가 있어서 아이, 로봇을 봤다.
.......한마디로 부글부글 끓었다. 생각한거보다 더 악질적이랄까. 아주 악질적인 차티스트들의 영화같았다. '타자'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숨어있는(사실 너무 뻔하게 드러나지만) 이런저런 장치들, 저열한 음모론적 코드, 이젠 아주 패턴화된 기계들의 반란 등등.
영화를 만들어도 꼭 이런식으로 만들어야하나 싶다. 꼭 그렇게 관객들의 감정을 쥐고 흔들어야 하나?(영악한 관객들을 상대로 얼마나 먹힐까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조잡한 트릭(그러니까 숨겨진 진실... 이런걸 뭐라고 하지?)을 갖고 '아시모프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운운하나?
내가 보기에, 아시모프는 굉장한 낙관주의자였다. 특히 인간의 이성과 문명에 대해서. 인간에게 저항하고, 인간을 대체하려는 로봇 이야기는 최초로 '로봇'이라는 말이 사용된 까렐 차펙의 R.U.R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처럼 위협적으로만 인식되던 로봇을 유명한 3원칙을 통해 인간의 믿음직스러운 동반자로 재조명한 것은 전적으로 아시모프의 공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04년의 '아이, 로봇'은 어떤가? 로봇이 나오고, 3원칙이 나오지만 배경에 깔려있는 생각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로봇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 낙관적인 미래관(미래=유토피아 라는 식은 물론 아니다)은 간데없고, '타자에 대한 공포'만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영화가 뻔뻔스럽게 아시모프의 이름과, 그의 제목을 달고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죽은 아시모프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노릇이다.
필립 K 딕 식의 암울한 미래관만이 지배하는 SF영화계에서, 아시모프의 작품마저 엉뚱하게 재해석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시모프의 팬 입장에서는 실로 답답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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