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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5   로스쿨 시행안 확정 & 잡담 (1)

로스쿨 시행안 확정 & 잡담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로스쿨 시행안을 확정했습니다. 2008년부터 사법대학원 신입생을 받기 시작하고, 이후 사법시험은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줄이다가 2013년에 폐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확정된 최종안은 대법원장에게 제출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채택된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전공의 학사 취득자들이 사법대학원에 진학, 3년간 강도높은 교육을 수료한 후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변호사 자격을 얻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 취지는 1)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직업예비군의 사회적 낭비, 속칭 고시폐인을 줄이고 2) 깊이 있는 전공지식과 다양한 경험에 기반한 전문적인 변호사를 양성하며 3) 그에 따라 국내 변호사업계의 수준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여 법률서비스 개방에 대비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일본의 로스쿨 도입 과정을 완전히 지켜보고 난 다음 제도를 만들어나가면 좋겠지만, 로스쿨 도입을 마냥 미룰 수 없는 것이 바로 3번의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 시장개방 협상시한은 2005년 12월까지인데, 이것이 타결되고 나면 2007년부터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됩니다.

프랑스의 경우 개방 후 미국 로펌들이 들어오면서 자국 로펌들이 박살나고, 자국 변호사들은 미국 로펌에 하위직으로 고용되어 부려지고 있습니다. 대륙법의 본산으로 이름높은(..) 독일조차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시장 개방 후 유력로펌의 거의 대부분이 영미로펌에 합병되는 비운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상황이 나을 것도 없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알아준다는 로펌들, 소위 김&장이나 광장 태평양 등도 규모에 있어서는 영미로펌에 비해 턱없이 작습니다. 법무부가 협상에서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 금지 조항 등을 사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로펌의 대형화와 함께 변호사의 전문성 확보가 시급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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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정원을 얼마로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결론은 대법원의 안이었던 1200명으로 되었습니다. 졸업시험 통과는 80% 내외로 한다고 하므로, 최종 선발 인원은 현행과 비슷한 선이 된 것 같습니다.

익히 알려진대로 사법대학원을 개설한 대학은 법대 학부과정을 폐지하게 되고, 해당 대학 출신자의 선발비율이 제한됩니다. 이것은 겉으로는 다양한 전공에서의 선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일본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대학에서 학부와 로스쿨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하면 2류 법대로 도태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의 요구가 빗발쳐, 계획했던 숫자의 두 배나 되는 로스쿨이 허가되고 말았습니다(5700명).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新사법시험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현 정원 1500명,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3000명). 이 때문에 고시폐인이 사라지는 대신 값비싼 교육이 투자된 로스쿨폐인이 사회적으로 양성되는 셈이라는 비판도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의 또다른 이해당사자는 법대 교수들인데, 로스쿨이 도입되면 국내에 난립한 법대 학부의 상당수는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천여 명에 달하는 법대 교수들 중 상당수가 실직함을 의미합니다. (법학 교수는 다른 전공으로 가기도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법학사가 졸업 후 전공과 관련한 일자리를 얻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그만큼 전공에 대한 사회적 필요에 비해 법대 출신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법시험 선발자 증원 후에는 이것이 더욱 심해져, 법무와 관련한 채용은 사법시험 합격자로 충분히 충당되고 있습니다.

결국, 대다수 법대는 학사 졸업증명서를 찍어주기 위한 학부과정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법대의 명분이던 사법시험-- 실제로는 80여개의 법대 중에서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한 곳이 절반을 넘는데도 불구하고 --마저 사라지면, 일부 경쟁력을 갖춘 곳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감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 교수 사회 일부에서는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고(현행제도 유지안/법학부4년+법과대학원2년 절충안), 로스쿨 도입이 대세가 되자 시민단체와 함께 입학자 수를 증원하자는 주장도 했습니다만, 대법원과 법무부 쪽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고 1200명 안을 밀어붙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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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현 사법시험 고시생들 그리고 신림동(!)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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